가을에 어울리는 시 세 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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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에 어울리는 시 세 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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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키스세븐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18-10-10 02:1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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§ 가을 편지

 


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. 

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 

비어가고 있습니다. 


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 

편지를 써서 

당신에게 보냅니다. 


사랑함으로 오히려 

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 

다시 이르려 해도 

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 

가슴에 고인 말을 

이 깊은 시간 

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 

당신에게 전해 달라 

나무에게 줍니다. 



(이성선·시인, 1941-2001)


 


 


§ 가을

 


가을입니다 

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 

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 

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 

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 


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 

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 

사랑의 정감들을 

당신은 아시는지요 


 


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 

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 

길이 살아나고 

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 

불빛을 찾았습니다 


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 

작은 흙길에서 

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 

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 

당신께 드립니다. 



(김용택·시인, 1948-)


 


 


§ 가을의 향기

 


남쪽에선 과수원에 능금이 익는 냄새

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…… 


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

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…… 


당신에겐 떠나는 향기

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

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

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

상(傷)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

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……



(김현승·시인, 1913-1975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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